2009년 9월 30일

2009년은 유난히 큰 별들이 많이 졌다. 정진경 김준곤 목사, 김수환 추기경 등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하늘나라로 향했다. 전직 대통령 두 분도 유명을 달리했으며 이름도, 성도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성도들이 사랑하는 가족의 곁을 떠났다.

남은 가족들은 이별의 슬픔을 채 달래기도 전에 살아남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지만 불황의 늪은 벗어났지만 후유증은 여전하다. 모레가 추석이지만 명절을 앞둔 이들의 마음과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부모 형제들의 품이 그리워도 못 가는 이들도 많다.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해서 애가 타는 사람, 일자리가 없어서 받을 돈조차 없는 이들, 형편이 좋지 않은 티를 내지 않으려고 억지로 감추는 사람들의 표정은 아무리 숨기려 해도 드러나기 때문에 안쓰럽고 안타깝다.

그러나 희망은 휘영청 보름달처럼 다시 떠오른다. 서울 연희동 서효령(44·여) 씨는 요즘 몇 달간 웃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다. 아이들 사교육비 때문에 3개월째 십일조를 빠뜨리고 있다. 이번 추석 연휴도 걱정이다. 내려가지 않으면 제사를 지내는 시댁 어른들이 교회 다니는 며느리가 이젠 조상도 몰라본다며 혀를 찰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 시댁 식구들의 전도를 위해서라도 내려가기로 했더니 맘이 편하고 힘이 났다.

8년째 혈액 투석을 하며 경기도 성남 열린사랑의 집을 운영하며 8년 째 혈액 투석을 하고 있는 임효숙(51·여) 전도사의 소원은 기가 막힌다. 물을 원 없이 마시는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사람들은 무슨 소리냐고 핀잔을 줄지 모르지만 저로선 물 이나마 맘대로 먹을 수 있는 것이 소원이죠.” 전북 임실이 고향인 임 전도사의 꿈은 또 하나 있다. 먹을 것이 없어 굶기를 밥 먹듯 하던 시절 늘 먹을 것과 위로를 해주시던 전도사님을 찾는 일과 고향 교회를 방문하는 것이다. 그러나 19명이나 되는 중증 장애인들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올해도 달만 바라보고 기도해야 될 것 같다.

남편이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를 다니다 해직된 정정애(48·여)씨는 최근까지 삶이 막막하기만 했었다. 하지만 정씨는 낙심하지 않았다. 가정 위기 극복을 위해 기도에 매달린 것이다. 다행히 남편은 25인승 승합차를 구입해 하루 3번 회사원과 유치원생, 중·고등학생을 실어 나르는 일을 시작했다. 정씨는 “남편이 회사를 그만둔 뒤 낙담했지만 승합차 운전을 하며 다시 회복되고 있다”면서 “직장 생활할 때와 달리 운전을 하면서 가정을 돌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맞벌이를 하고 있는 그녀는 “여전히 삶이 어렵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분명 감사의 조건이 있다”면서 “올 추석은 비신자인 남편과 가족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계기를 꼭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면목동 동일교회 김휘현 목사는 “우리는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고향의 가족과 교회를 생각하고 기도하며 힘을 얻었다”면서 “올 한가위 명절 연휴 주일엔 믿지 않는 친척과 이웃을 전도하고 고향 교회나 미자립 교회를 찾아 예배를 드리고 작은 정성이라도 함께 나누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