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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부탁하는 말』
2026-01-03 23:25:08
정세영
조회수   15

 

가을이 부탁하는 말

발제자: 정세영

 

1_새해가 함께 가자 하네

 

제목: 새해가 함께 가자 하네

 

새해가 올해에도 함께 가자 찾아왔네

지난해에도 그대 아니었으면 예까지 왔을까

 

꽃길로 이슬비 내리는 길로

바람 부는 날엔 꽃씨를 날리며

그대에게 이끌리어 올 때에는 힘들지 않았어

 

난 오늘도 새 달력을 걸고

그대의 손을 잡고 걸으려 하네

 

믿고 따르면 가지 못할 길은 없어

 

2_가을날의 기도

 

제목: 부활절 팡파르

 

부활절 이른 새벽

순백의 목련인 찬연히 피었습니다.

 

무덤 속 죽음을 이기신 주님의 승리의 팡파르입니다.

새벽 공기도 신선하고 새소리도 맑은

막혔던 세상이 뻥 뚫린 부활절 새벽

어리던 시절 들리던 교회의 종소리처럼

주님의 팡파르도 세상 모두에게 울려 퍼집니다.

 

주님의 손과 발, 못 박은 자리에

우리의 마음 속 믿음이 뿌리가 깊이 내리고

흘러내린 붉은 피는 세상을 이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의 꽃으로 피어납니다.

3_씽긋

 

제목: 추석 전야

 

추석은 문 앞에 와 서 있어도

아버지 목소리도 형님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이젠 집안에서 내 목소리만 제일 큰 목소리가 되었다

 

까치가 지저귀어도 비둘기 날개가 햇볕에 반짝여도

알밤이 영글고 대추가 물들었어도

전날처럼 아름답지 않다

 

가솔들 모여들어도 지난 비에 떠내려가고 남은

개천가에 노랑꽃처럼 노을에 젖는다

 

4_부서지는 것과 부서지지 않는 것

 

제목: 부서지는 것과 부서지지 않는 것

 

여름은 부서지는 것들 뿐이다

 

불볕은 머리 위에서 부서지고

파도는 그리움을 부서트리고

별빛은 가슴속에서 부서지고

호수 위에 달빛은 내 눈물 위에 부서지고

 

지난날

나를 부서트리고 떠나간 그 아픔은

부서지지 않는다.

 

5_화선지에 물 번지듯

 

제목: 화선지에 물 번지듯

 

언제가는 뜨지도 않은 달을 기다린 적도 있었어

 

시간은 봇물처럼 터져 내려오는 것도 아니야

바위틈 파란 풀잎이 얼음장 밑에 서려 있었던 것도 아니야

 

손을 뻗치면 잡힐 만도 한데 그렇게 쉽게 다가오는 것도 아니었어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섰다가 다시 오는 것도 아니야

그냥 어쩌다 보면 그림자처럼 내 곁에 와 있는 것이야

햇볕 환하게 내려 쪼이면 보이지도 않다가

또 환히 내려 쪼이면 어느 결에 찾아와 있어

 

새 달력을 뜯어내어도 피었던 꽃은 꼭 지고야 말 듯

화선지에 물 번지듯 찾아와 있는 것

 

6_햇볕 쏟아지는 벌판으로

제목: 햇볕 쏟아지는 벌판으로

 

풀무 불이 뜨거우면 연장을 잘 벼리고

햇볕이 뜨거우면 농작물이 잘 여물지

 

바라보는 눈빛이 뜨거울 때

사랑을 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고

가슴이 뜨거우면 감사하지 않고는 못 배겨

 

! 우리가 햇볕 쏟아지는 들판으로 나가자

가슴을 덥히고 세상을 사랑하고

감사하며 살아가자

 

느낀점: 윤주영의 시집 가을이 부탁하는 말을 읽으며, 이 시집이 개인의 감정에만 머무르지 않고 공동체의 이야기까지 함께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게 느껴졌다. 특히 응암교회의 관한 내용이 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단순한 시집을 넘어 교회가 어떤 길을 걸어왔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사역을 이어왔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시를 통해 교회의 역사와 흐름을 접하니, 공동체의 시간과 개인의 신앙이 서로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또한 이 시집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은 윤주영 은퇴장로님의 솔직한 고백이었다. 꾸며진 말이나 형식적인 표현이 아니라, 삶과 신앙을 지나온 한 사람의 진솔한 마음이 담겨 있어 읽는 이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붙잡는 힘이 있었다. 그 고백은 설명하거나 주장하기보다,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내어 보이는 방식이었기에 오히려 더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솔직함과 진정성 덕분에 나는 이 시집을 읽으며 점점 시에 빠져들게 되었다. 시를 이해해야 할 글로 읽기보다는, 감정을 따라 천천히 읽으며 공감하게 되었고, 한 편 한 편을 지나갈수록 마음이 차분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가을이 부탁하는 말은 독자에게 많은 말을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게 만드는 시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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